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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라이프' 결 구경해요
    카테고리 없음 2020. 5. 1. 15:03

    '라이프'의 결말을 보고 어젯밤 드라마 '라이프'가 종영되고 오늘 오전에는 '라이프 마지막회' 리뷰를 해야 하는데 별로 하기 싫었다는 얘기가 들린대요.얼마 전 슬그머니 불테기(블로그 권태기) 기색이 감지되고 있다고 합니다.분명히 나도 원인이 있고, 드라마의 재미만 탓하고 싶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이렇게 서설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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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부터 제목은 "라이프의 결말"이라고 붙여놓고, 드라마와 관계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낚시성 포스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만, 이 글의 마지막은 아마 드라마 "라이프"와 연결되므로, 넓은 아량을 바라는 바입니다.^^;;


    평소 같으면 늦은 오전 9시에 타임요가에 갔을 텐데 우물쭈물 10시에 타임에 나가면서 동네 친구들에게는 단골 카페에 나오라고 약속까지 해 놨다.평소보다 여유 있게 문화센터를 찾는데 내 앞에는 큰아들의 손을 잡고 걷는 작은 체구의 진짜 뒷모습과 내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진짜 키가 작은 진짜 진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선글라스로 푸석푸석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잠자코 있던 내 시선이 들키지 않았을 것 같아 안심하고 계속 걸었다.오늘 오전에만 내가 걷던 보도는 넓고 여유로웠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는 동네 환경과 분위기가 감사하게 느껴졌다.내가 사는 동네 역과 바로 인접한 옆 역에는 임대아파트 단지가 가끔 있고, 우리 동네에는 서울시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장애우학교가 있다.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지 약 15년이 됐는데 그보다 훨씬 전에 장애우학교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우리 동네에도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한다.그러나 오늘은 그런 소음이 있었다는 흔적도 없이 마을은 조용하고 조화롭다.며칠 전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아파트 값 상승의 주범이 되는 지역구 밖에 전세로 사는 처지에서 다소 장애가 있는 이들과 함께 주변 환경이 윤택하고 여유로운 이 동네 도로를 걷는 것에 만족감이 느껴졌다.오늘 오전에만 감상에 젖어 내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국가나 지방행정기관이 거두는 세수 혜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며칠간 어머니가 인공관절 수술을 한 종합병원 근처를 오가며 내가 사는 동네의 넉넉함을 새삼 느낀다.그래서 오늘 늦은 오전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장애가 있거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처럼 비교적 넓고 여유로운 거리를 걸을 때 서로가 나누는 부담이나 불편이 더 적어진다는.. 인도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거나 심신이 바쁘거나 피곤한 인파로 붐비는 것보다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지 않은 우리 동네처럼 한가한 길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은 내가 여유롭고 윤택한 이 동네 세입자의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어쩌면 이 지역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지도 모른다.그런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가구의 80% 정도가 세입자여서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웃음)


    드라마 이야기는 하지 않고 지루하게 있다가 라이프 마지막회에 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돈 본 사람들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였습니다.오세화 병원장(문소리)과 주경문 부원장(유재명)이 환경부 장관을 찾아가 상국대병원 신설 병원 건립 과정에서 화정그룹이 저지른 비리를 폭로했고, 이후 조 회장이 병원 행정에서 물러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문자에 조문성은 격분하며 분노를 구승효 사장(조승우)에게 쏟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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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장관의 부친이 서산개척단 사건의 피해자이고 그 사실이 밝혀질 것을 환경부 장관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구승효 씨는 송탄 터 매입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 해결 방안을 조 회장에게 알렸다고 한다.그리고 구승효는 병원을 흩뜨리지 말라는 요구를 조 회장에게 제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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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승효의 요구를 들은 조 회장은 편복통처럼 경고했다."이런 일로 뭐가 달라지니?난 금품을 본 사람이 물러서는 걸 본 적이 없어.그 길로 안 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어차피 미래에는 둘 중 하나다.헬스케어에 금품을 물 쓰듯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 그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상국병원? 10년, 아니 5년밖에 안 뒀어어디로 바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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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이라 오늘 밤 늦게 그런 감상에 젖었을까?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드물지만 우리의 미래는 과연 조 회장의 경고처럼 돼버릴까.어차피 드라마 '라이프'는 '병원'을 소재로 '우리의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한 것으로 파악됐으니, 오늘 밤 늦게 제가 걷던 윤택한 거리를 장애인들과 함께 걸으며 느꼈던 만족스러운 마음에 조 회장의 말이 떠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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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상국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있는 구승효와 화정그룹 조회장과 함께 있는 구승효의 입장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각자 상대방을 변호하던 구승효를 보며 저 역시 현실 속에서 그렇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하지만 구승효는 상국대병원에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병원을 떠날 때 구승효는 처음 그 곳으로 발령받았을 때 모습과 많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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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도 없이 병원을 떠나려던 구승효를 주경문이 의사들의 회의실로 데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며칠 전에 이런 말을 들었어요.상국의 5년 뒤를 보라. 10년이나 필요 없습니다.미래의 의료 기관은 치료하는 곳이 아닌지, 환자의 건강을 유지해 주는 곳이 됩니다.얼마나 버틸 것인가.기본이 변질되는 것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여러분 손에 달려 있을 거예요.무너지는 사람, 견디는 사람,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 완벽하지도 않고 예상외로 우월하지도 않고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보여도 마침내 실천에 이르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을 것입니다.저는 잠시나마 몸담았던 상국대병원을 지켜보겠습니다.여러분의 10년, 20년 뒤를 지켜보겠습니다.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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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에는 마지막 회 역시 그리 몰입감이 적어 흘려보낸 조 회장과 구승효의 대사가 오늘 아침 너무도 여유로웠던 아침 요가길에 문득 떠올랐다.과연 어떻게 될까?다소 맥빠진 '라이프'가 열린 결말이었지만, 뜻밖에도 그 여운이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되어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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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에 앞서 보았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문유석 작가가 쓴 개인주의자 선언 문구가 떠올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강한 책임을 흔쾌히 질 수 있는 가치관'이라는 제목의 문구였습니다.팔짱을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등 거창한 얘기만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정말 용감한 자는 자신의 한계 속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작은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입니다.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과감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 (p.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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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너무 더웠고, 그 더운 여름 동안 험난한 주제로 해결하려고 애썼던 이수현 작가의 드라마 라이프 결말을 보면서 그가 나누려 했던 메시지에 대해서만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물론 사전제작이여서 여름에 촬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가) *사진출처 : JTBC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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